제목 없음

게으름과 욕심많음은 저주받은 상성이다. 이렇게 흘러가면 나는 뭐가 되는걸까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건 아닌지.

잘 하고 싶은건 있지만, 딱히 되고 싶은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자신이 정해놓은 길이 있는 나를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했었는데 이젠 내가 다른사람들을 부러워하고있다. 만화가가 되고싶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러고 싶은가? 아니, 않다. 정확히 말하면 포기했다. 창작을 직업으로 삼기엔 내 머리속에 있는 세계가 너무 협소하고, 그 안에는 그려 달라고, 끄집어내 달라고 나를 다그치는 무언가도 없다. 세상을 향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하고싶은 말도 없고 토해낼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할정도로 편안하게 만화를 직업으로 하는 일을 포기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린다. 잘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도 아직은 이야기들을 쥐어짜내고 있다. 그뿐이다. 가끔, 내가 포기한 꿈을 아직도 쫓고 있는 모 선배를 볼 때 알싸한 통증이 온다. 하지만 열정은 식고 꿈은 죽었다.

부스러기* 
2006/10/18 16:29, mari.

  1. 듀리안 2006/11/22 22:52 Delete Reply
    저는 이제 31살이 되어서야 포기하고 직업전문학교에 입학원서를 냈읍니다.
    이제는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막다른길로 몰렸거든요. 제 꿈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읍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읍니다. '그래 꼭 책을 만들어서 팔아먹어야 만화를 그리는거냐? 차라리 부담을 다 털어버리고 내가 그리고 싶은걸 마음껏 그리자'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빨리 정리가 되더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만화를 버린게 아닙니다. 오히려 즐겁게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만화가를 포기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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