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과 욕심많음은 저주받은 상성이다. 이렇게 흘러가면 나는 뭐가 되는걸까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건 아닌지.
잘 하고 싶은건 있지만, 딱히 되고 싶은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자신이 정해놓은 길이 있는 나를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했었는데 이젠 내가 다른사람들을 부러워하고있다. 만화가가 되고싶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러고 싶은가? 아니, 않다. 정확히 말하면 포기했다. 창작을 직업으로 삼기엔 내 머리속에 있는 세계가 너무 협소하고, 그 안에는 그려 달라고, 끄집어내 달라고 나를 다그치는 무언가도 없다. 세상을 향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하고싶은 말도 없고 토해낼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할정도로 편안하게 만화를 직업으로 하는 일을 포기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린다. 잘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도 아직은 이야기들을 쥐어짜내고 있다. 그뿐이다. 가끔, 내가 포기한 꿈을 아직도 쫓고 있는 모 선배를 볼 때 알싸한 통증이 온다. 하지만 열정은 식고 꿈은 죽었다.
부스러기*
2006/10/18 16:29, m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