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 캥거루 없음
벌써 한 2,3주 전 이야기다. 진작에 포스팅하려고 했지만 요즘 왠지 글빨이 안받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친구들이랑 펍에서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다. 나야 여기서 반 백수지만 친구들은 대학 시험기간이라 다들 바빠서, 조촐하게 한잔씩 하고 들어오자는 취지에서 약속을 잡았다. 하우스메이트인 친구랑 좀 일찍 도착해서 바에서 음료수를 사고 있는데 현지인인듯한 남자가 말을 건다. 사실 그 날은 마침 화장도 머리도 마음에 들게 되어서 간만에 힐도 신고, 기분이 좀 좋았던 나는 친절하게 대답해줄 마음도 충만.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얘가 대뜸 이런다. '너 정신적으로 뭐 문제있는거 아니지?'
얘가 뭐라는거야 싶었지만 좀 취한 것 같기도 했고 그냥 농담인데 재미가 없을 뿐인 것 같아서 별 문제없어 정상일거야, 하고 넘어가려니까, '한국에서 온 여자애들이 다 좀 크레이지하잖아' 한다. 아일랜드 애들에 비하면 아시아 애들이 얼마나 얌전한데 뭐래, 하고 가만 듣고있으려니까,

'걔네들은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

???????
와나 시발 뒷골이야;;
아니 아시아 여자 쉽다는 얘기야 많이 들었고 나 스스로도 내가 참 쉬운여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너네 진짜 쉽다 이러면 내가 줄것같니 안줄것같니 이 문어같은 새끼야

근데 정작 그 자리에서는 그냥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어 그래; 이러고 그냥 슥 피했다. 그 후에도 두세번 나랑 내 친구들 있는 테이블 와서 깔짝대다가 다들 무시하니까 그냥 가고 그랬는데 집에 오려고 다들 일어나는데도 다가와서 그때는 좀 무서웠다. 따라올까봐.. 하우스메이트랑 나랑 둘이 힐신고 경보하듯이 집에 달려왔음;;

**

이건 빈에서 온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
바에 갔는데 비엔나 커피라는 메뉴가 있더란다. 자기는 비엔나에서 왔지만 비엔나에서는 비엔나커피를 안 마신다고. 그래서 바맨한테 여기 이 비엔나커피라는게 뭐냐고 물어봤단다.

바맨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비엔나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서 마시는 커피야' 라고 대답해 주었다. 황당해진 친구는, '음 내생각엔 비엔나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도시가 아닌거같은데..'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바맨이, '뭐 너 바보아님? 비엔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거 맞아' 하고 무척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내가 비엔나에서 와서 아는데 비엔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도시가 아니야..' 라고 그 친구가 말하자 역정을 내며 가 버렸다고.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은듯, 오스트리아에 가면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습니다" 라고 씌어진 티셔츠가 있다고 한다.

**

한국에 있을땐 미국이라고 하면 어쩐지 서양 문물의 대표격인 나라인 것 같았지만 막상 유럽에 와서 살아보니 서방세계에서 미국만한 천덕꾸러기도 없는듯. 유럽 공통의 안주거리로, 미국 애들은 멍청이야, 하고 놀림 당하고 있는 것 같다. 관련 유머도 상당히 많다. 어느정도는 유럽인들의 스노비즘이 작용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재미있는 일화도 여러번 들었더랬다.

미국에 몇년 살았다던 노르웨이인이 있었는데,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나 노르웨이에서 왔어' 했더니 '아, 미시시피에 있는 덴가?' 라고 미국인이 말했다든가...
프랑스 애가 해준 얘기로는 자기 친구(프랑스인)한테 미국인이 '프랑스에서도 전기를 쓰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국이 참 가엾은게, 미국은 유럽을 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바보취급 당하니까;; 사실 저런 일화 같은것도, 독일인이나 스패니쉬가 그랬다고 하면 웃고 넘어갈텐데 미국인이 그랬다고 하면 '미국인이니까 그렇지' 하고 더 까는 것 같다.

**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어떤 특정 나라들에 대한 편견은 근거가 있는 것 같다.

저작자 표시

잡담, 일상* 
2009/05/27 05:33, mari.

  1. yui 2009/05/27 23:42 Delete Reply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천날만날 헷갈리는 1人으로서 차마 웃을 수가 없...(.......) 웬만하면 호주라는 단어로 여태 제 무식함을 감춰왔지만, 일본어를 할 때는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잘 구분해야하는고로 조마조마한 매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는 만년 자신감 부족이라 절대 우기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요. (<- 자랑이냐!)

    특정 나라들에 대한 편견 포스팅이 기대되네요. ...근데 아시아 여자는 쉽다거나 한국애들 크레이지하다는 것도 그 골때리는 녀석만의 편견이 아니라 그쪽 나라애들이 전부 갖고 있는 근거 있는 주장(?)인 겁니까?! 전 그런말 여기서 처음 봐서 깜딱.. ;ㅁ;
    • mari 2009/05/31 00:37 Delete
      사실 저도 잘 헷갈려요.. 헷갈리는 사람이 많으니 티셔츠도 만들고 그러겠지만;; 그래도 신기했어요. 전 아시아권 사람들이나 헷갈리는줄 알았는데 자기들끼리도 헷갈리는구나 하고...

      편견 포스팅은 사실 전부터 쓰고싶긴 했는데 좀 그게 미묘해요. 말 그대로 편견이다보니 어느정도 근거가 있근 것이긴 해도..

      아시아 여자들 쉽다는 거는 서양 애들이 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인거같아요. 실제로 서양 남자 입장에서 아시아 여자 꼬시기 쉬운것도 사실이구요; 그 '쉽다'는게 사실 잠자리 한번 하기 좋다는 의미보다는 '꼬시기 쉽다'는 느낌 쪽에 가까운데.. 좀 안타깝죠;;
  2. 굼벨 2009/05/30 13:24 Delete Reply
    예전에 나도 신중치 못한 단어선택의 결과로 수치심이 잠자리에 석쇠를 얹은 듯 했었음. 근데 저거 얼핏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냥 비스무레한 이야기였나.
    • mari 2009/05/31 00:38 Delete
      뭐 어때 수치심의 석쇠 씩이나... 다들 실수하고 사는건데;;
  3. 세틴 2009/05/30 21:05 Delete Reply
    난 얼마전에 airport를 항구라고 하는 녀석을 보았다.
    너도 알고 있는 녀석임.
    • mari 2009/05/31 00:39 Delete
      ;;;
      잠깐 헷갈린거일거야.... port는 항구 맞자나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  402  :next
Notice
Recent Notes
Tag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