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고기에 대한 단상
사실은 이번학기 복수전공 과목을 3개 수강하면서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다. 붙임성이 얼마나 좋은지 타과생인 내게도 꼬박꼬박 마주치면 아는척해주고, 가끔 말도 걸어줬던 사람이다. 처음엔 그냥 사람이 참 붙임성이 좋고 친절하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마음이 설렌 건 오랜만이라서 그냥 마냥 기분이 좋았었다. 그렇다고 내가 걔를 좋아한다거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냥 얼굴 알고 이름 알고, 말 몇마디 나눠 본 사이에 그런 식의 단정은 가당치도 않을 것이다. 몇번의 짧은 연애가 지나고 나니 이젠 나 자신조차 나의 '좋아한다'고 하는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내가 그런 감정을 그냥 '설렘'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연락처라도 한번 물어보지 그러냐고 많이들 말했지만, 그러면 나는 '거절당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당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만남, 대화 같은것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길에서 누구를 갑자기 만난다든지, 누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온다든지 하면 무척 당황해버리고 만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대답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나한테 정말 친절하게 말도 몇번 걸어 줬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쌀쌀맞게 '대답만' 했다.

그런 상태로 이번주에 종강.
굳이 타과생인 내게 말 걸어주고 했던 것으로 혹시 쟤도 나한테 관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쯤 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그냥 걔의 기본적인 행동패턴이었던 것 같다. 괜히 나혼자 김칫국 사발로 들이키고 속쓰려 하는 중이다.

다음학기엔 휴학할 예정이니 아마 앞으로 또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만약에 방학중 근로기간에라도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 나는 전화번호를 물어볼 수 있을 것인가?

단지 말 몇번 걸어준것만으로 홀랑 넘어가버리다니, 한심하다 성마리.

잡담, 일상* 
2007/12/23 05:02, mari.

  1. 슬아 2008/01/18 11:51 Delete Reply
    그 기분 알거같아. 설렘이라고 부르는 이유.. ㅇㅅㅇ 나도 그랬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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