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아아 아프다
사람이 일상을 꾸려 나가면서 항상 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긴급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냥 묻어 두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일들 중 하나가 내게는 사랑니 발치였다.
참 이상한 것이, 사랑니를 굳이 왜 발치해야 했느냐고 한다면 사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예전에 충치 대공사를 할 때(충치가 너무 많아서 대공사) 의사가 '나중에 사랑니도 발치하셔야 되겠다'고 말한게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아님 다른 친구들이 사랑니 때문에 고생하는걸 간간이 봐서 그런가, 사랑니가 딱히 불편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아 사랑니 뽑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일을 그만두고 여러 날 놀면서 개강일을 앞두고 보니, 아 지금이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치과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바, 사랑니가 아주 90도로 제대로 누워 있다나. 사실 누워 있기는 해도 양쪽 아래 사랑니는 둘 다 완전히 자란 놈들이라 더이상 자라서 치열을 망가뜨린다든지 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의사는 말했는데, 직장 다니면서 병원치료를 받는게 얼마나 짜증나고 불편한 일인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노는 기간에 뿌리를 뽑기로 했다.

어찌어찌 소개를 통해서 처음 방문했던 역삼동의 치과에서는 양쪽 아래 사랑니 2개 발치하는데 비보험으로 20만원을 불렀다. 카드는 이럴때 쓰려고 만든 것이지만 백수 신분에 대책없이 지를 수도 없어서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는데, 다행히 가까운 동네 병원에 구강외과를 보는 의사가 따로 있다고 해서 예약을 잡았다. 가격은 보험으로 양쪽 합쳐서 6만원 정도. 의사선생님도 무척 친절해서 수술 과정과 부작용 등에 대해 무척 자세하게..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치아가 누워 있으니까 잇몸을 째고 이를 부숴서 꺼낸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잇몸 아래에 뼈(치조골인가?)가 있고 그 뼈 밑에 사랑니가 묻혀 있기 때문에 잇몸을 째서 열고 뼈를 갈아내야 이를 꺼낼 수 있단다. 참 표현력도 어찌나 컬러풀하시던지 네 안녕히 계세요 하고 집에 오고 싶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해야될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수술을 감행.

먼저 꺼낸 오른쪽 사랑니는 진행이 스무스했다. 의사가 '큰 통증은 하루이틀 갈거예요' 라고 해서 덜덜덜덜덜덜덜덜 떨었던 것도 무색하리만치 통증도 없었고, 많이 부어서 뭔가 씹을때마다 상처부위 잇몸이 같이 씹히는 것은 불편하고 아팠지만 먹지만 않으면 아프지도 않아서 오히려 좀 서운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자신있게 왼쪽도 수술을 했는데...

의사가 왼쪽은 시야 확보가 잘 안된다더니 과연 안보인다고 입술은 끝까지 당겨서 벌려놓지, 이상하게 수술시간은 길고.. 드릴도 이상하게 많이 돌아가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석션을 요구하는 횟수도 많지; 잇조각이 잘 안나오는지 의사는 뭔가로 까득까득 긁으면서 노력하는데 나오는 것 같지는 않고.. 몇번 애쓰더니 또 드릴로 뚫고ㅠ.ㅠ 와 나 이거 못하겠으면 걍 웬간히 하고 덮어라..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간신히 끝났단다. 그러고선 상처부위를 꼬매는데 웬걸, 분명히 마취는 한참 더 갈텐데 아프다;; 입 끝도 찢어져서 좀 아팠는데 뭐 그건 안보여서 그랬다니까 어쩔수없지. 집에 오는데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상하게 마취도 안풀렸을 이는 아프고, 피가 많이 나서 그랬는지 지난번보다 큰 거즈 뭉텡이를 상처 부위에 물려줬는데, 입에 뭔가를 물고 있으면 당연히 침이 많이 고인다. 그런데 지혈하려면 한두시간은 거즈를 물고 있어야 한대고, 침이나 피도 뱉지 말고 삼키라는데 이건 뭐 삼키면 거즈도 같이 삼켜질 것 같은 느낌으로 목구멍을 간질간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에 침을 고스란히 물고 집에 가는데, 침은 계속 분비되니까.. 반쯤 가고부터는 그야말로 토할 것 같은 기분이라 슬쩍 삼켜 봤더니, 오히려 목구멍에서 왈칵 넘어온다. 하찮은 인생 살면서 술먹고 길에다 토한적은 있어도 길에다 침뱉은 적은 (거의)없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짬짬이 길에다가 뱉으면서 왔다. ㅡ,ㅡ 그것도 깔끔하게 퉷 하고 뱉은 것도 아니고, 침뱉는 법을 몰라서 그냥 입안이 꽉 찼을때 주르륵, 흘리고.. 아 추하다;

그래도 다행히 심한 통증이랄만한 것은 없고, 간질간질하게 통증이 될까말까 한 정도의 느낌만 남아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틀 후 경과도 볼 겸 소독하러 찾아갔더니 의사가 상처부위를 꾸우우우우욱 눌렀다. 으ㅏㄴ리ㅏㅓㅇ라ㅓ아아아아ㅠㅠㅠ;; 그랬는데 들은척도 안하고 돌아가면서 여기저기 꾸우우욱...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니까 '상처가 부어있어서 좀 눌러줬어요' 그러는데, 아니 원래 부으면 다져놓는건가여..?ㅠㅠ;; 그러고 났더니 오히려 수술 직후에도 없었던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정말로 '아프다!!'싶은 리얼 통증이.. 생리통에도 한알밖에 안먹는 진통제를 몇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어줬는데도 이틀동안 아프다.

아까는 책장을 넘기다가 실수로 수술한 쪽 턱을 주먹으로 쳤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통증이;; 친구는 그정도로 아프면 병원을 가라고 하는데 병원가면 또 꾸우우우욱 누를까봐... 통증이 있는 것 말고는 붓기도 빠지고 있고 딱히 잘못된 곳은 없는것같은데 아프다. 아파...

아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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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일상* 
2010/02/12 10:17, mari.

  1. 김사장 2010/02/12 12:50 Delete Reply
    도담이 도담이 ㅠㅠㅠㅠ
    • mari 2010/03/22 04:24 Delete
      ㅋㅋㅋㅋ 나았다 희희
  2. 슬아씨 2010/02/14 15:28 Delete Reply
    아..그렇지 직장다니면 병원가기 참 힘들지..-_-; 내가 요즘 그러고 사니까..
    근데 난 오른쪽은 너무 아파서 예전에 일찌감치 뺐고 (학생때) 왼쪽은 결혼하고 임신하기 전에만 빼면 된다고 해서 그냥..내비두는중;;; 뭐 굳이 아프지 않은데 빼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나중에 애기 낳고 나면 사랑니가 본래 이들을 상하게 할거라더라고..(...) 무튼.. 개강이라니..화이팅!
    • mari 2010/03/22 04:25 Delete
      직장 많이 힘든가?
      나도 이제 개강이라 좀 바빠졌는데 크게 바쁘진 않아. 가난해도 학생이 시간많아서 좋은거같애 헤헤
      너도 일 힘내고!!
  3. yui 2010/02/16 02:45 Delete Reply
    푸헐헐, 저도 저 의사 선생님의 컬러풀한 표현을 그대로 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이를 뽑았습니다. 안 그래도 겁도 많은데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전 너무 아파서 이틀동안 누워서 지냈어요. 너무 끔직해서 위쪽 사랑니는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다가, 치과에서도 지레 겁먹고 난리를 쳤는데 너무 간단하고 하나도 안 아프게 뽑혀서 대략 부끄러웠다는 -_-
    • mari 2010/03/22 04:26 Delete
      전 위쪽 사랑니는 아직 안 뽑았어요. 잇몸 뚫고 나오면 뽑는 편이 훨씬 쉽다고 해서.. 이틀이나 누워 지내셨을 정도면 정말 많이 아프셨나봐요 ㅠㅠ 전 통각이 둔한지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이런 종류의 고통에 강한것 같아요.
      히히 유이님 조만간에 한가하실때 연락 한번 주세요~
  4. arcat 2010/03/04 16:06 Delete Reply
    나도 사랑니 누운거 하나 남았는데...
    귀찮아서 방치하고 있는중... 몸 아프면 좀 아플때도 있음...
    나중에 블로그에 비공개 댓글로 msn주소좀 알려주렴~
    예전 아이디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음... ciao!
    • mari 2010/03/22 04:27 Delete
      사랑니 빼야 되는건데 안빼면 염증 생기지 않아?
      얼른 빼렴~ 얼른~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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