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만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화장품에 대한 잡상

중,고등학교 때는 얼굴에 아무거나 막 바르거나, 또는 귀찮아서 아무 것도 안 바르고 다녔더랬다.(아무거나와 아무것도 중 어느쪽이 더 피부에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난 그래도 화장은 안 하니까 특별히 피부가 상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는 어른이 된 지금 뼈아픈 후회로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피부톤이 밝은 편이라 '피부가 좋다'며 부러움을 사는 일도 가끔은 있지만, 사실 나의 가죽은 자랑거리라기보다는 컴플렉스에 가깝다. 지,복합성 피부라서 수분은 모자란데 유분만 넘쳐나고, 그에 따라 연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각질, 블랙헤드, 뾰루지 등등)도 끊이지 않는다. 물론, 모공도 넓다! 피부가 얇아서 그러는지 얼굴이 금방 상기되는것도(특히 겨울엔) 신경이 많이 쓰이고.. 피부색이 밝은 것은 암흑 속의 한줄기 빛이랄까 불행중 다행이랄까..

대충 이런 상황인데, 요즘은 나이까지 들어서 슬슬, '아 이젠 정말로 관리하지 않으면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다'라는 위기감도 느끼고 있다. 아침에 10분..아니 5분 차이로 세이프와 지각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피부 기초손질 과정을 생략하지는 않게 된 나.

아침에 일어나면 지구가 멸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클렌징폼으로 세안 후 컨디셔너-스킨-모공 밤-에멀젼-자외선차단크림을 발라야만 한다. 시간이 그다지 촉박하지 않을 때는 에센스와 아이 세럼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지구가 멸망해도 해야만 하는' 코스의 일부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이제는 주름방지에도 신경써야 하는 나이니까;;

저녁엔 클렌징폼 전에 클렌징오일로 먼저 세안을 해 주어야 하고,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각질제거와 팩도 해야 한다. 그것도 영양팩, 수분팩, 모공팩 등의 다양한 팩들을 두루두루, 상황에 맞게.. 학기중에는 바쁘고 지쳐서 주말에나 팩 한번씩 할까말까지만.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들을 얼추 헤아려 보니 한 서랍 가득 쌓여있는 샘플을 제외하고도 클렌징오일, 클렌징폼, 컨디셔너, 스킨, 에멀젼, 영양크림, 아이크림, 아이세럼, 에센스, 모공 밤, 수분 크림, 트러블 진정용 세럼, 자외선 차단크림, 필링젤, 오버나이트팩, 모공팩, 수분팩, 영양팩, 코팩, 피지 제거 오일, 립케어.. 아직 기초 피부손질 단계만 읊었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여기에 정말 '화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의 화장품들을 더하자면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가루 파우더, 압축 파우더, 아이라이너 두개, 아이브로우 두개, 아이섀도우 몇개, 립글로스 두개, 립밤 두개, 마스카라 두개.. 아 내가 무슨소리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많았다. 그나마 나는 한달에 한번 정도 화장을 아주 대충 하는 편이라 색조화장 단계의 화장품은 매우 적은 편인데도..

사실 저 화장품을 다 쓰냐면, 그렇지도 않다. 효과가 못마땅해서 안 쓰는 것도 있고, 사놓고 아예 존재 자체를 잊어버려서 안 쓰는 것도 있고;; 화장품이 조금 남아서 새것을 샀는데 전에 쓰던 것을 다 못 써서 어중간하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것저것 크림이니 에센스니 너무 많이 바르는건 또 유분이 걱정돼서 못하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가게에서 직원이 추천하는 제품에는 마음이 흔들린다. 갑부집 딸도 아닌데 마음이 흔들린다고 다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가 되는 한도 내에서는 최고가의 제품을 사게 되는 것 같다.

어제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 새로 산 컨디셔너(4만원)를 깨뜨렸는데,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새로 구입했다;;; 좀 떨어뜨린 것 정도로 깨지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물론 미칠듯이 아까웠지만 제법 효과를 본 제품이기 때문에 안 살 수는 없었다.

저녁에 이모한테 다녀왔는데, 이모가 화장품을 새로 샀길래 좀 구경했다. 산 것은 앰플 한 상자 뿐인데 이것저것 증정용으로 주는게 많아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더라. 난 그냥 앰플이래서 "으악 앰플! 돈좀 줬겠다 한 20만원 썼나" 하고 말했는데 가격표를 보니 45만원이었다. 4주 케어 제품인데;; 과연 비싼 물건이라 그런지 웬 사은품으로 양가죽 장갑이며 80ml 용량의 미스트까지 딸려 왔다.(미스트 낼름 집어옴)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렇게 말도 안되게 비싼 것이 화장품이라는 물건이지만 이상하게도 투자하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것.
이렇게까지 투자를 많이 하는데도 전혀 예뻐지지 않는 얼굴 쪽이 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잡담, 일상* 
2007/11/30 02:35, mari.

  1. 2007/11/30 09:19 Delete Reply
    깊고도 오묘한 화장품의 세계란(...)
    • mari 2007/12/03 00:46 Delete
      정말 깊죠.. 그 바닥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깊음
  2. 페르소나 2007/11/30 14:48 Delete Reply
    또 왔네요-ㅂ- 예전에 일본인이 쓴 화장품에 대한 책을 본뒤로 화장품에 돈을 쓰지않게 되었다지요. 실은 화장품에 독이 많고 소비자는 속고있다..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기초화장이야 중요하고말고요. 그래도 장만해놓은 화장품들을 보고있는거야말로 여자의 로망이랄까요 ㅋㅋ
    • mari 2007/12/03 00:47 Delete
      헉;; 화장품에 독이 있다니...하지만 화장품을 안 쓰면 피부가 점점 망해가지 않나요? ㅠㅠ;;
      무서운 소식을 가져오셨지만 그래도 자주자주 오세요..
  3. 遊異 2007/11/30 16:11 Delete Reply
    비싼 주제에 떨어뜨렸다고 깨지기까지. 어쩐지 용서하기가 힘들군요. =_=;
    저도 최근에 화장품에 관심이 좀 생겨서 나도 여자가 되가고 있어! 라면서 뿌듯해 했는데 mari님이 써 놓은 화장품 중 30%는 모르는 것들이군요; 역시 아직 멀었어.
    그런 의미에서 영화나 같이! (응?)
    • mari 2007/12/03 00:49 Delete
      정말 용서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나저나 화장품 이름은 요샌 워낙 요상하고 기나길게 많이들 지어서; 비슷한 제품이라도 이름이 다른게 많더라구요. 그래서 어려운듯.. 예를들어 로션이면 걍 로션이라하지 에멀젼이라고 굳이 한다든지.. 전 세럼과 크림의 차이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영화보죠! 언제쯤이 편하세요?
  4. rusiaka 2007/12/02 01:24 Delete Reply
    어쩐지 구구절절 공감하게 되는 나...... 색조화장은 아직 어정쩡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기초는 꼬박꼬박 하고 있다!! 문제는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변함이 없다 보니까 맨날 지각한다는 거;; 아 진짜 색조화장까지 하려면 최소 30분은 일찍 일어나야 일이 될 것 같아.
    ......그런데 사소한 질문 하나. 세럼이랑 에센스랑 크림을 한번에 다 써도 괜찮은 거냐? 피부가 반항하지 않는 거야? (맛이 갈 까봐 무서워서 한꺼번에 못 쓰는 사람<<)
    • mari 2007/12/03 00:51 Delete
      나도 지각많이함; 근데 지각해도 빼먹을수없는 아침손질.. 난 색조화장까진 솔직히 안바란다. 도저히 못하겠음;
      내가 쓰는 아이세럼은 눈가랑 입가 주름케어라서 그쪽 부위에만 바르기때문에.. 에센스는 넓은 부위에 바르는거아니냐? 부위가 다르니 뒤집어질건 없는거같은데.. 크림하고 에센스를 같이 바른적은 별로 없는거같다. 너무 유분이 많아지지않을까나.. 화장품가게에서 하는말로는 근데, 에센스도 발라줘야 피부 재생이 잘된다고 하더라
  5. 소희 2007/12/02 09:05 Delete Reply
    여전히 기초화장도 스킨로션 수분크림(아침), 에센스(저녁)인 사람은 나뿐인게로군;;;;
    • mari 2007/12/03 00:52 Delete
      자외선크림 정도는 바르는게 좋을거야..
  6. 미루키 2007/12/04 12:16 Delete Reply
    화장품의 방부제라던가 피부에 독이 되는 성분, 그리고 0.01%의 콜라겐을 넣었다고 무턱대고 콜라겐 제품이라고 선전하는 것.. 사실 콜라겐 자체는 피부에 흡수가 되지 않는 것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상업적 마케팅 등등;;; 화장품은 비싼게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믿는 것도 좋지 않나봐요~ 너무 많이 바르면 피부 자체의 재생력을 점점 떨어뜨린다는 얘기도 있고.. ㅠㅠ 그래서 최소한의 화장품만 바르려고 노력(한다기 보다는 귀찮..)하고 있습니다;;
  7. 슬아 2007/12/05 02:42 Delete Reply
    여전히 바빠서..-_- 로션조차 안바르고 학교를 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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