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은 죽은 것
죽은 것은 죽은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내 머릿속이 그렇게 생겨먹은 것인지 기일이며 성묘며 하는것들이 귀찮아서 자기합리화를 그렇게 한것인지 어떻다고 확실히 말할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생각한다. 이승에서 다 살고 수명이 끊어졌으면 이승에서는 그것으로 끝이라고. 나는 사후 장기,각막기증 신청을 해둔 상태지만 그것도 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특한 이유는 아니고 단지 내가 죽은 후의 시신이 어찌 되든,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숨이 떠나면 쓸모없어지는 것, 좋은 일에 쓰인다면 좋은 것이고, 뭐 그런 생각. 다른 생물의 유체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며칠 전, 밤 늦게 집에 오는 길에 차에 치인 고양이의 시체를 보았다. 원래 내 패턴대로라면 어쩔수 없지, 하고 지나가는것이 보통이고 그런 일이 이전에도 한번은 있었는데 그날 밤엔 죽은 녀석 옆에 '산 것'이 맴돌고 있어서 그러지를 못했다. 누구 말마따나 인터넷 신파글에서나 봤을법하게, 죽은 놈과 색깔도 무늬도 똑같은 조금 미니사이즈의 산 것이 죽은 것 주변을 못 떠나고. 사람이 가까이 가면 도망치면서도 아주 가진 못하고 멀찍이서 보고 있었다. 어차피 아침이 되면 근처 가게의 주인이든 환경미화원이든 신고를 받고 온 구청의 직원이든 누군가는 치울 일이었는데, 산 것이 밤새도록 거기에서 맘졸이고 불안해하며 죽은 것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근처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얻어다가 죽은 것을 담아왔다. 그렇다고 딱히 어떻게 할 방법도 없어서, 글쎄 어렴풋이는 묻어줘야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 그러기엔 그래 까놓고 말해서 귀찮았고 무서웠고, 그냥 신문지에 싸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고작해야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버리는 정도밖에 하지 않는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모른척하지 않고 수습(수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해줬다는 그런 생색내고 싶은 기분이 반쯤 차올랐다.

하지만 만약에 그 죽은 놈이 죽지 않았고 다치기만 했더라면 나는 이렇게 또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까 뭔가 하려고 했을까, 하면 절대로 대답은 확신할 수가 없어.. 치료비는 치료비대로 비싸게 먹히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동물을 책임진다는건 너무 어마어마한 일이다. 어쩌면, 내게는 차라리 죽은 것과 맞닥뜨린것이 운이 좋았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죽기를 잘했어 라는 말은 아니지만.

처음엔 분명히 살아남은 녀석이 안쓰러워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야.

잡담, 일상* 
2006/06/11 06:07, mari.

  1. goombei 2006/06/12 11:34 Delete Reply
    주니어는 어찌 되었나.
  2. mari 2006/06/13 07:35 Delete Reply
    주니어는 모르지.. 난 어덜트만 담아가지고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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