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포스팅 좀 자주 하려고 맨날 새글쓰기를 열었다가도... 아 이런 변명도 이젠 지겹다(...)

여기 생활에는 슬슬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기의 흥분이 많이 가시고 많은 부분들이 일상이 되었어요. 식생활이 안정되면서 생활비도 슬슬 감이 잡히고요. 친구도 여럿 사귀었고, 아직 주말에는 할일이 없어서 집에서 뒹굴뒹굴하지만 그런대로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어학원 말고)밖에 나가서 누구라도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밥솥을 사려니까 괜히 돈이 아깝기도하고(드라이어도 못 사고있는데..) 밥솥을 산다 한들 한국음식을 변변하게 해먹을 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한국음식을 거의 안 먹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며칠전에 중국인 마트에 가서 라면 한개랑 김치를 사왔는데, 그동안 안먹어서 그런가 라면이 그렇게 매운건줄 처음 알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이동네 와서 아무래도 먹는 양이 늘긴 늘었는지 라면 한개가 다 들어가더라구요 국물까지 싹.
날씬한 배 라인이 유지되길래 살은 안 쪘는줄 알았는데 의심스럽습니다. 이정도 양이 아무렇지도않게 들어간다면 엄청 찐건 아닐까

카메라를 여기서 수리하려니 너무 비싸게 드는 것 같아서 한국으로 수리를 보냈었더랬어요. 한.. 한달쯤 전에;; 한국에서 수리하고 이모 댁으로 돌려서 이모가 부쳐 주신 것을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 배송 온 것을 받아보니까 액정교체를 하긴 한 것 같은데 화면이 안 들어오더라구요. 혹시 해외배송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작은 불안이 있긴 했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잘못될리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이 그렇게까지 나를 엿ㅗ먹이나.. 가뜩이나 배송 오며 가며, 수리센터에서 미적거리는 바람에 오래 걸린 것도 있고 해서 근 한달 가까이 맘졸이고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뒷골이 아득하게 땡겨왔습니다. 카메라 바디에 완충재만 넣어서 보낸다 해도 한국에 한번 오며 가며 하는 배송비만 4~5만원돈이라, 일단 지역 카메라샵에 가져가봤는데 여기 애들은 수리를 안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니콘에 별 기대는 없이 나의 분노라도 전달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몇통 넣어봤습니다. 처음에는 해외배송중에 문제가 생긴걸 자기네가 어쩌겠느냐는 식으로 나오더니 블러프를 몇번 치니까 의외로 간단하게 그럼 배송비를 반씩 부담하자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어서 다시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배송비용과 수리비를 생각하면 아일랜드내에 있는 니콘 수리센터를 이용하는것과 큰 차이도 없고 뭣보다도 소요기간이 기간인지라, 돈 좀 아끼려다가 낭패 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_ㅜ 니미..

사실 돈도 이제 다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우와앙 ㅠㅠ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벌써 알바를 구했어야 하는건데 이상하게 이력서 넣은 가게들 중 어디에서도 전화가 오지 않아요. 이거 뭐야 ㅠㅠ 가난에는 도가 터서 30유로 가지고 3주 정도 생활하는데는 아무 지장 없지만 문제는 딱 한달 후에 내야 하는 집세입니다. 3달치씩 선불이라 만만한 금액도 아니에요. 큰일났다..

가난이라 하니 생각나는데, 지금 어학원 저희 반에는 학생이 딱 두명입니다. 이렇게까지 학생이 없는 경우도 드물다지만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고 말할 기회도 많아서 나쁘지 않아요. 유일한 클래스메이트는 폴란드에서 온 신부님인데, 서른두살이라나 뭐 그렇습니다. 아저씨지만 딱히 어른이라는 느낌 없이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일단 제 쪽에서는..) 그런데 이 신부님이 최근 저를 긍휼히 여기시는 것 같아요. 요새 아르바이트 안구해진다고 걱정하고 다녀서 그런가, 아님 전에 지나가는 말로 '학교식당 너무 비싸다'라고 말한 것 때문에 그런가. 그땐 '여기 식당이 너한테 비싸니?' 하고 밥 사주려고 하더니 그다음부터 미묘하게 자주 점심을 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카메라 한국으로 도로 부칠 때는 포장 도와주면서 10유로를 보태주기까지 했습니다. 난 그냥 돈이 좀 모자라니 5유로만 빌려달라고 한 건데 왜 기부하는거야 이사람아.. 다음날에 돌려주려고 하니까 죽어도 안받더라구요. 결국은 알바 구하고 돌려줘, 하길래 알았다고 하긴 했는데 이것 참;; 돈없다고 징징거리는 사람 싫어하는데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인가 싶어서 좀 긴장했습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이건. 어차피 그쪽은 신부님이고.. 그런 사람들한테는 남을 도와주는게 당연한 일일 테니까 거기에 일일이 자존심 세우는 것도 웃기고. 고맙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당신은 나를 타지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어린 학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그런 당신을 보면 꼴려(....)

또 근황 올리겠습니다 ㅠ.ㅠ
그나저나 요새 자꾸 트래픽이 걸립니다. 검색봇 때문인가.. 티스토리로 이전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잡담, 일상* 
2008/11/17 10:35, mari.

  1. 유이 2008/11/17 22:10 Delete Reply
    20년 넘게 한국서 살았다고 해도 역시 인간은 적응력이 빠른 생물이라 그런지(...) 위는 가끔 들어오는 매운 식품에 깜짝깜짝 놀라는 것 같더군요. 저도 귀국 막 했을 때 평범한 음식 먹고 불닭 처음 먹었을 때 같은 폭풍을 경험했..;; 하지만 아무리 위가 그렇기로 혀까지 너무 빨리 적응해서 물건너 나라에 얼마 있지도 않았슴서 빠다발린 소리로 한국어 하는 애들은 여전히 재수없습니다. (...)
    카메라는 그저 안습. ;ㅁ; 나이 들면서 눈 앞에 돈만 생각하는 게 결코 이득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 택시 타는 빈도가 느는건가;;
    마리님을 긍휼히 여겨주시는 신부님은 신의 사자입니다. 그런 분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분이 아니니 잘 우려먹으세요. (<--)
    • mari 2008/11/19 11:22 Delete
      빠다 발린 소리로 영어도 안되는데 한국어를 어떻게 하죠 신기하다(...) 카메라는 주위에서 자꾸 액땜한셈치라고 하는데 액땜이 너무 크고 깊어서ㅠㅠ;; 이번에야말로 잘 처리되겠죠 이번에도 잘 안되면 저 짐싸서 귀국하고싶을것같아요;;; 중간에 짐싸서 귀국하셨다던 이글루스 모 님의 마음이 이제는 좀 감이잡히네요(...)
      그 신부님이 정말 잘해주셔서 좋긴한데, 평소에 그런 친절을 지속적으로 받는 일이 흔치않아서 그런지 좀 갑갑하고 불안하고 그래요. 미안하기도 하고 자꾸만 빚이 쌓이는 기분이라.. 오늘은 학교 오며가며 차까지 두번이나 얻어 탔는데 아주 몸둘바를 모르겠더라구요;
 
2008/11/17 10:35 2008/11/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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